카즈짱(かずちゃん) 재방문기

후쿠오카 메이노하마

2015/03/07 



지난 주말에 후쿠오카를 잠시 다녀오는 김에 저녁에 카즈짱(かずちゃん)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지난 11월말에 처음 다녀왔으니 약 3개월만에 다시 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 3개월 동안 1월과 2월 코코프라 관동 악수회하고 샤메회가 있었네요. 저번에는 지인과 같이 갔으나 이번에는 혼자가는 것이어서 좀 어색하면 어쩌나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래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서 메이노하마역에서 내려서 슬슬 걸어갔습니다.





드디어 정문 앞에 도착하고 문을 열었는데 '아......' 거의 만석이더군요. 서빙하시던 분이 잠깐 보시더니 의자가 없어서 괜찮겠냐고 하시면서 미안하지만 여기라도 앉아달라고 하셔서보니 그 맥주병 담는 플라스틱 박스? 그걸 두개로 쌓고 그 위에 쿠션을 놓아서 의자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자리가 만들어졌으니 일단 맥주를 시킵니다. 그리고 무심코 옆을 보니 삿시의 흔적이 보이네요. 지난번에는 못 본 것 같은데 너무 긴장해서 못 보고 나갔나 봅니다. 맥주 한 잔 시켜놓고 나서 안쪽에서 서빙을 하고 계신 아버님을 뵐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앉았던 첫 번째 자리는 큰 어항 하나가 가로 막고 있어서 바로 아버님하고 얘기를 할 수는 없었어요.





이윽고 첫 번째 메뉴가 나오고 맥주 한 잔, 홀짝홀짝 거리면서 조용하게 포크질을 하고 있는데 아버님이 여유로워지셨는지 제 옆에 앉아있는 분 쪽으로 오시더군요. 제 옆에 앉은 분은 단골이셨나봅니다.(나중에야 조금 친해져서 마도카 오시인걸 알았습니다.) 아버님과 여러가지 얘기를 하던 와중에 총선 얘기를 하고 계셨나 봅니다.


마도카 오시: (생략) "...치요리도 앞으로도 AKB 선발에 들 수 있지 않을까요?"

아버님: "AKB 선발 말입니까? 무리입니다! (단호)"


헠! 너무 단호하게 말씀하셔서 고개 숙이고 가만히 파스타 한 젓가락 삼키다가 "푸웁!"

그리고 이어지는 아버님의 한마디에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님: "지금까지 속보도 한 번 못들었는데... 선발을 어떻게 들어갑니까?"


이쯤되면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을때

계속 말씀을 이어가시는 아버님,


아버님: "AKB 선발은 AKB뿐만 아니라... 에.. 또.. NMB의 '야마모토 난또까' 같은 멤버들하고 SKE에서도 들어가기 때문에... 어려워요."


'야마모토 난또까'에서 다시 한 번 "풉!" 이쯤되니까 왜인지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하고 다르게 상당히 재미있으신 분 같았어요. 그리고 아버님이 자리로 다시 들어가신 후 말씀하신 분과 대화를 해보니 마도카 오시라고 소개해주시고 카즈짱은 꼭 치요리 오시뿐 오는게 아니라 HKT48 오시 대부분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이날 제일 맛있게 먹었던 파스타"


그리고 아버님 앞쪽으로 앉았던 일행이 자리를 뜨자마자 아까 자리를 만들어주셨던 서빙하시는 분이 저하고 마도카 오시님 자리를 아버님 앞 쪽으로 바로 옮겨주셨어요. 조용히 얘기나 듣고 음식만 먹고 가려고 했다가 처음으로 몇 마디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날은 평상복이라서 지난 번에 다녀간 것은 기억하고 계시거나 그런 것 같지는 않으시더라고요.


그리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가 저번에 아버님과 찍은 인증샷을 아버님께 보여드렸습니다. 그때서야 기억을 해주시고 바로 티켓홀더 안에 있는 사진이라 이 사진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도 바로 눈치 채시더라고요.





아버님: "이 사진, 치요리에 보여줬나요?"

진타: "넵!"


그리고 허를 찌르는 아버님의 추가 질문,


아버님: "음... 치요리가 '키모'하다고 안하던가요?"

진타: "엌.......?!?!?"


아버님께 디X를 당하고 순간 뻥-쪄서 할 말을 잃고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추스르고 치요리의 반응을 그대로 전해드렸습니다.


진타: "......(가게) 한 번 간거로는 안되고 두 번, 세 번 더 갔다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잠깐 본 흐뭇한 표정의 아버님. (-_-)


그리고 이어서 1월과 2월에 악수회를 갔었고 3월에는 사인회를 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나츠마쯔리때 치요리 시키시 사인이 가지고 싶었는데 못 구해서 결국 옥션까지 갔다는 얘기를 하던 와중에 치요리 아버님께서,


아버님: "...그런데 어디에서 오신?"

진타: "아... 한국인입니다."

아버님: "아... 일본어 상당히 잘하시네요..."

진타: "치...치요리랑 악수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아버님: "........" (-,.-)

진타: "........" (-_-)




"이건 고로케입니다. 상당히 앙증맞게 생겼습니다."




"지난번에 먹었던 햄버그가 생각나서 라스트 오더로 주문합니다."



그리고나서 다른분들과 말씀을 나누는 아버님의 얘기를 더 들을 수 있었는데 손님들이 다 오타라서 그런지 손님들과의 모든 대화 주제가 48그룹 이야기였습니다. 말씀을 이어가시는 아버님의 입에서 '선발, 더블센터, 샤메회, 총선거, 고보텐' 같은 다소 전문적인(!) 용어들이 나오자 이거 뭔가 알 수 없는 친숙함(!)과 묘한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_-) 제 생각에는 48그룹 관련 방송은 대부분 챙겨보고 계시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 중 제일 재미있었던 대화는 아버님 외에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이 3분 정도 계셨는데 그 중 한 분은 오타인 것 같더라고요. 나름 3명 중에서는 가장 경력이 많아 보이셨는데 아버님께서 말씀을 하시다가 그 분을 엄청나게 놀리셨고 웃겨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만 적어봅니다.


아버님: "그 멀리... 관동에서 했던 샤메회 있잖아요. 우리 조리사는 거기가서 마유유하고 찍었어요."

조리사: "...."

아버님: "치요리는 안가고...."

조리사: "....?!?!"


아버님: "쟤는 그 치요리랑 같이 나오는 마츙하고 아... '나카무라 난또까' 중에 마츙이 제일 낫대요!"

조리사: "아니, 그건 그럴 수도 있..."

아버님: "치요리가 아니라?"

조리사: "....!?!"


그리고 그 외 다른 말씀도 많이 하셨는데 아무래도 부모된 입장에서 멤버를 보고 있자니 다른 비슷한 멤버들도 마음에 많이 담아두시는 것 같더군요. 이번 하카타 5싱글 선발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셨는데 개인적으로 '와카짱'하고 '시나몬'이 선발에 계속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게 가장 걸린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둘은 이제 곧 학교도 졸업한다면서. 따스함이 느껴지는 한마디였습니다.


그리고 치요리에 대해서도 계속 말씀을 하셨지만 아마도 딸을 걱정하지 않는다면 이렇게까지 48그룹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 같이 '속보에도 못들어갔다니, 선발은 어렵다느니' 등의 손님들 쓰러지는 말씀을 계속 하고는 계셨지만 그 속에는 딸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한 웅큼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아버님 말씀 듣는내내 굳이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으셨어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런 주제들이 자식이 관계가 되어있으니 당사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무거운 얘기가 될 수 있는데도 손님들 불편하지 않도록 상당히 긍정적으로 유머러스하게 농담 삼아서 던지시는 것을 보고 이런 부분은 치요리가 아버님을 그대로 닮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네요.


그리고 이어지는 아버님의 또 다른 한마디,


아버님: "...그런데 선발은 누가 정하는걸까요?" (-_-)


이렇게 한 마디 던지시면 여기저기에서 다른 의견이 나오면서 갑자기 집단 덕후토론(!)이 시작되고 아버님도 나름의 논리정연한 말씀을 하시고 끝에 끝이 없는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좀 조용하던 틈에 아버님께서 갑자기 제 자리 앞으로 오셔서,

"치요리를 잘 부탁합니다." 라고 작게 말씀하셨습니다.

여기 가게봐서 알겠지만 조리사도 치요리 오시가 아니고(;) 치요리 오시 별로 없다고. (T-T)


그리고 아버님과 몇 마디 더 나누다가 시계를 보니 저녁 11시가 다되어가고 있어서 자리를 접고 빠져 나왔습니다.

역까지 걸어오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거 치요리 악수회 보다 더 즐거운 것 같은? (-_-)




"어느 치요리 오시의 개인병, 다음에는 나도 내 개인병을 만들어 놔야겠다고 생각하면서"




Posted by 진타 :